2010. 9. 6. 01:38ㆍLife/Appetite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 갔는데 어찌어찌 원빈이 무대 인사를 온다고 해서 혜진이랑 두 번째로 '아저씨'를 보고 뒤늦은 저녁 - 내 기준으로 늦은 - 을 먹었다. 시간이 벌써 6시 40분이나 되어서 밖에 나가지 않고 코엑스 안에서 먹기로 하고 고민.
크라제를 갈까? 아냐, 안 땡겨. 라그릴리아 괜찮다던데 갈까? 아니야, 비싼 돈 주고 맛없으면 후회하잖아. 거긴 좀 더 알아보고 담에 가자. 밖에 나가서 매드포갈릭이나 갈까? 흠, 상당한 거리를 걸어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리겠는데? 이미 많이 걸었으니까 그만 걸어야지.
'돈부리' 앞 의자에서 이 모든 고민을 토로하다 그냥 돈부리에 가기로 결정. 우리가 앉아서 고민하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쉬지 않고 줄을 서고 식사를 하고 나오기를 반복했다. 6시 40분쯤부터 있었으니 벌써 30분 이상 줄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덕분에 몇 년 전까지 손님을 끌던 오무토 토마토 - 돈부리와 마주 보고 있다 - 는 파리가 날린다. 7시가 넘어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난 줄 서서 밥을 먹지 않는다. 아무리 맛있는 집이라고 해도 그냥 줄 서서 먹으면 그 맛을 편견 없이 사심 없이 느끼질 못하겠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은 기다려도 될 것 같았다. 그래, 그냥 고민하지 말고 여기서 먹자!! 난 몰랐는데 홍대 돈부리 본점은 맛있는 일식 덮밥 집으로 이름을 날려서 항상 사람이 줄을 선다고 한다.
돈부리는 이렇게 생겼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외관이다. 평균 7~8팀 정도 줄을 선다. 가게 안을 살펴보니 다닥다닥 붙은 좌석이 전체 25-30석 사이인 듯. 우리도 30분 정도 기다려서 겨우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대기 시간이 길다 보니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을 나눠준다. 미리 주문을 받아서 자리에 앉으면 최대한 빨리 음식을 갖다 주는 시스템이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난 돈까스, 새우튀김, 계란, 양파가 든 믹스가츠동을, 혜진이는 새우튀김2에 장어가 든 에비우나기를 주문했다. 덤으로 수제 감자고로케와 카스도 주문. 사진이 좀 저질이지만.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면 메뉴는 확인할 수 있을 듯.
테이블이 아주 좁다. 작은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좁은 테이블. 좌우 간격도 좁아서 앉을 때 일어설 때 이동할 때 조심해야 한다. 내부 벽면은 선반에 작은 모형으로 장식되어 있다.
벽면에 조그마한 칠판을 달아서 유의사항도 알려주고 있다. 네, 비벼 먹지 않겠습니다. 화를 내실 것 까지야^^;;;; 짜면 밥 추가 싱거우면 소스 추가. 네네.
드디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왼쪽부터 에비우나기 감자고로케 믹스가츠동이다. 튀김이 충실해 보인다.
내가 주문한 믹스가츠동이다. 큼직한 새우튀김과 돈까스가 들어 있다. 드디어 식사 시작. 허겁지겁...
이상하다. 왜 이렇게 음식이 짜지?웬만하면 음식 가지고 까탈 부리고 싶지 않았는데 이건 좀 너무 짜다. 아, 짜면 밥을 추가하랬지? 짜다고 이야기하니 밥을 갖다 주었다. 밥그릇에 흰 밥을 퍼준다. 그래도 짜다. 휴...
튀김 조금이랑 밥 많이 같이 먹어도 짤 정도였다. 내 것만 그런가 했는데 혜진이껀 일부는 적당하고 일부는 짜고. 결국, 튀김이랑 맨밥을 같이 먹는 셈이 돼버렸다. 덮밥 소스가 적당히 스며든 새콤달콤 짭조름한 밥맛은 전혀 볼 수 없었다. 감자고로케는 뭐 그럭저럭 먹을 만 했다.
식당에 음식이 맛이 없을 수도 있다. 간혹 실수로 음식이 짜거나 싱거울 수도 있다. 내가 주문한 식사도 그러했고. 그런데 그렇다고 내 입맛이 심각하게 싱겁거나 짠 것도 아니다. 그렇게 많은 손님이 기다리니 바쁜 마음에 음식을 짜게 할 수도 있겠지만, 바빠서 급해서 음식 맛이 변한다면 식사 시간엔 항상 손님이 줄을 서는 돈부리에선 식사시간엔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없는 건가? 게다가 벽면에 큼직하게 '짜시면 밥추가'라고 미리 알려준다. 그렇다고 그게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짜시면 밥 추가보단 짜거나 싱겁지 않은 음식을 만드는 게 맞는 것 아닐까 싶다. 결국, 도저히 그릇을 비울 수 없어서 반만 먹고 맥주만 마시고 나와버렸다.
맛집 가서 뒤통수 맞은 게 한두 번은 아니지만, 초큼 아쉽다. 다행히 30분을 기다리고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 맛없는 식사를 했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웬일? 뭐 어쨌든 아마 다시는 찾지 않을 것 같다.
돈부리 코엑스점은 별 두 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