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Photo(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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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내가 좋아하는 DVD. 사실 구매한 DVD 중에 좋아하지 않는 영화가 있겠느냐만, 사진에 나온 것은 나에겐 꽤 의미 있는 것이다. DVD를 보고 있자면, 내가 그 타이틀을 구매할 때의 추억, 그 영화를 볼 때의 추억이 한 번에 떠오른다. 내가 그렇게 원하던 펄프 픽션을 선물 받았을 때. 절판된 지 오래라 구하기 어려웠는데 중고 장터를 며칠이나 뒤져서 찾았다며 내 손에 쥐어줬을 때의 그 감동. 돈이 없어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선뜻 사지 못했던 대부 시리즈를 집에서 보게 되었을 때. 지금은 블루레이도 어느 정도 보급되고 DVD도 예전 VCD처럼 점차 사라지겠지만, 그 추억은 내 안에 계속될 것이다. 요즘 재미로 자주 사용하는 Retro Camera 어플로 찍은 사진이다. Auto Focus란 말이 무색하게 ..
2011.08.05 -
길고양이
창문 밖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널찍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좀 전까지만 해도 날 빤히 쳐다보더니 사진 찍는 걸 아는지 이내 고개를 돌린다. 가만히 앉았다가 하품하고 기지개 켜고 다시 앉기를 반복. 너도 조용한 밤의 고독을 즐기는구나. 몇 시간이 지나고 이내 녀석은 떠났다. 가벼운 발걸음. 밥은 먹고 다니니?
2011.06.05 -
하늘은, 구름은 내 마음.
마음. 눈에 보이진 않지만, 누구나 마음이 있다. 마음. 눈에 보이진 않지만, 눈여겨보면 눈에 보이는 게 또 마음이다. 하늘 같은 마음. 하늘 같은 마음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다. 내 손바닥에 들어올 만큼 조그만 것이 또 하늘 같은 마음이다. 오늘 내 마음은 손바닥만큼이나 작은, 하늘 같은 마음이다. 조금씩 작아져서 나중엔 눈여겨봐도 보이지 않는 건 아닐까? 초록이 우거진, 바다만큼 푸른 내 마음. 조금씩, 조금씩, 조심스럽게 내보인다. 오늘의 내 마음이다. 내 마음을 당신께...
2011.05.29 -
한지 공예 - 보석함과 바구니.
얼마 전 취미로 한지 공예를 시작했다. 사실 처음부터 한지 공예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프랭클린플래너 CEO 바인더를 만들고 남은 두꺼운 보드지를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가 문득 예전 어디선가 본 보석함이 생각났다. 워낙 튼튼해 보여서 그땐 보드지로 뼈대를 만들었단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한지 공예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니 보통 보드지로 뼈대를 만들고 초배, 재배를 거쳐서 마감의 과정으로 진행하더군. 어쨌든, 별 상관없는 바인더 만들기에서 한지 공예를 넘어왔다. 맨 처음 만든 건 보석함이다. 혜진이 선물로 만들었는데 처음이라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시간도 넉넉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요령이 없어서 뼈대를 치수에 맞게 구상하고 그리고 자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특별출연 뽀노. 사진을 찍는다고 보석함을 ..
2011.04.10 -
이제 정말 봄이다.
이제 정말 봄이다. 꽃피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봄.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길었던 걸까? 기다려도 오지 않던 봄이 스스로 찾아왔다. 참 오랜만에 나비를 봤다. 문득,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살았던 건 아닐까? 라는 물음이 들려왔다. 오늘은 나 스스로에게 뜻깊은 날이다. 새봄과 함께 하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할까? 이제 허물을 벗고 날개를 펼 때다. 재생기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Bill Evans - Night And Day
2011.04.04 -
어느 기차역.
Platform Unfocused, 2011 어느 역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플랫폼의 하얀 벽을 보고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창을 통해 보는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 한 번에 두 가지 세상을 보여주는 창. Platform Focused, 2011 가까운 곳에 다가가면 먼 곳이 흐려지고 먼 곳에 다가갈라치면 가까운 곳이 흐려진다. 창은 공평하게 한 세상만 또렷이 보여준다. 기차에서 창을 통해 보는 세상은 또 다른 모습이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두 가지가 아닐까? 아니, 두 가지가 아니라 수 십 가지겠지. 어쩌면 마음의 눈을 감아버린 우리에게만 단 하나로 보이는지도 모른다. '내 세상'을 살기에 바빠 타인의 세상은 보지 못하는 닫힌 눈. 이..
2011.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