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ingle Man (2009) - Tom Ford / 멋진 하루 (2008) - 이윤기

2010. 5. 31. 23:25Life/Culture

 두 영화는 주인공의 어떤 하루를 이야기한다. 연인을 잃고 죽음을 결정한 한 남자의 하루와 옛 연인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려고 그와 동행하는 한 여자의 하루.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희수는 병운에게 떼인 돈을 받으려고 경마장을 찾는다. 그리고 돈을 받기 위해 시작된 둘의 동행. 돈이 없는 병운은 희수의 돈을 갚기 위해 다른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기로 한다. 희수는 병운에게 그리 호감을 갖고 있지 않는 듯하다. 넓은 서울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돈을 빌리는 그들. 병운에게 돈을 빌려주는 상대는 각양각색이다. 중년의 여사장, 예전에 스키를 가르쳤던 주차 단속원, 기가 센 술집 여자, 대학 후배와 그 남편, 바이크족 사촌, 초등학교 동창. 또 다른 사람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그들은 예전의 추억의 끝자락을 이어 간다. 조금씩 변해가는 희수의 태도. 아마도 예전에 몰랐던 병운의 모습을 알게 되어서가 아닐까. 병운은 희수에게 와이퍼를 작동시켜 보라고 손짓한다. 그리고 지하철역으로 사라졌다가 상그리아 시식 현장에 다시 나타난 그.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미소 짓는 희수. 그 미소는 아마 '멋진 하루'를 보냈다는 의미겠지. 병운은 결국 스페인에 막걸리집을 연 것 같다. 희수는 병운과 다시 만날 티켓을 냉장고에 고이 붙여두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험은 우리에게 발생한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처하는 우리의 행동을 의미한다.'
 연인을 잃은 조지는 삶의 마지막을 결정하고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한다. 조지의 모습은 너무도 안타깝고 애절하다. 차곡차곡 과거를 정리하는 그. 찰리에게 자신의 16년은 진짜 사랑이라고 소리치는 모습. 몇 번이고 권총을 무는 모습. 제자 케니는 온종일 그를 따라다닌다. 결국, 바에서 다시 만난 둘은 알몸으로 수영하고 조지의 집으로 함께 간다. 조지의 총을 품고 자는 케니. 조지를 따라다니는 짐의 기억. 이제서야 벗어나 현재로 돌아오는 조지.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그 시간. 미래. 이미 결정된 모든 미래.


 알고 보니 두 작품 모두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구나. 눈물이 날 것 같이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