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Timberland Boot Company - Eastern Standard Moc Toe

2012. 11. 26. 01:07Life/Desire

어쩌다 보니 거의 삼 개월 만에 쓰는 글이 또 신발 이야기네. 올해 산 부츠가 다섯 켤레. 그중에 두 번째가 이 녀석이다. 계획에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아마 이 신발을 살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가격일 것이라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주문해버렸다. Timberland Boot Company는 노란색 부츠로 잘 알려진 Timberland의 서브 라인 중 하나다. 미국 부츠라고 하면 White's니 Wesco니 거기다 한 십 년(?) 전부터 유행한 Red Wing과 이번에 한국에 정식 런칭한다는 Chippewa, 1000 Miles Boot의 Wolverine, 요즘은 신발 편집 매장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Thorogood, 흠, Danner도. 이거 외에도 내가 모르는 브랜드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중, 고등학교 다닐 때 부츠 하면 팀버랜드였다. 기억나는 건 보트 슈즈처럼 생긴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신발과 노란색 부츠, 그리고 간혹 길에서 눈에 띄던 티셔츠의 로고. 어쨌든 굉장히 오랜만에 접한 팀버랜드.

Timberland Boot Company Eastern Standard Moc Toe 1 Timberland Boot Company Eastern Standard Moc Toe 2

Moc Toe 이면서 Split toe인 6인치 부츠로, 미국 Horween사의 Tan 가죽에 복숭아뼈 윗부분(Quarters)이 Oiled Canvas로 되어 있다. Oiled Canvas는 뭔가 싶었는데 그냥 일반 캔버스는 아니고 Waxed Canvas도 아닌 그런 느낌. 나쁘지 않다. 집에 뒹굴 거리는 Beeswax를 듬뿍 바르고 드라이기로 살짝 녹여서 흡수시키니 한결 보기 좋다. 위가 캔버스라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Sebago X Filson 시리즈처럼 천만 대강 붙여놓은 게 아니라 안쪽에 가죽이 덧대어져 있어 빳빳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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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창은 굿이어웰트 제법으로 박은 비브람 솔. 처음 보는 녀석인데 뾰족뾰족한 돌기가 가득 나 있다. 좀 웃기긴 하지만, 걸을 때 뾰족한 부분만 바닥에 닿는데 생각보다 느낌이 괜찮다. 잘 미끄러지지도 않을 것 같고. Split Toe 정면샷도 하나! 270º 웰트 마감 부위. 전반적인 마감 상태를 봤을 때 역시 미국 제품은 마감을 기대하면 안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495짜리 신발 마감이 이 정도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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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혀 부분. 브랜드와 제품명, 출시 연도 등이 새겨져 있다. 근데 이 센스없는 검정색 사이즈 도장은 뭐지 ㅡㅡ' 이거 안 찍어놔도 7사이즈인 거 알 것 같은데.. 혀 뒷부분엔 'Maine 지방에서 핸드메이드했다. 평생 쓸 수 있을걸.'이라고 적어뒀다. 세 번째는 이 신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안쪽 라이닝과 밑창. 신발 전체 라이닝 된 가죽이 정말 부드럽고 느낌이 좋다. 느낌만 따지면 바깥 가죽보다 안쪽이 훨씬 마음에 든다. 물론 밖을 이렇게 해두면 금방 상해버리겠지만. 밑창도 생각보다 폭신폭신해서 오래 걸어도 편하다.

가죽이 두툼하지만 부드러워서 딱 맞는 사이즈(운동화 US 8, 정장 구두 UK 6.5~7인데 US7 사이즈 주문!)인데도 처음 신을 때 발이 아프지 않았다. 다른 부츠들 처음 신을 때 복숭아뼈 아래 아픈 거 생각하면 굿굿. 밑창도 고무창이라 미끄럽지 않아서 좋고.

가장 불편한 점은 신고 벗을 때. 딱 맞는 사이즈를 주문했는데 혀가 꽤나 높은 위치까지 박음질이 되어있다보니 신발을 신고 벗을 때 발이 잘 안 들어간다. 지금은 몇 번 신어서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불편하다. 또 하나는 갑자기 비 오는 날. 가죽도 부드러운데다가 색이 밝은 색이다 보니 비 맞으면 금방 홀딱 젖어버린다. 몇 방울 안 튀었는데도 한 시간 비 맞은 듯한 비쥬얼?

눈/비 올 것 같은 날, 저녁에 술자리 있을 것 같은 날(술 취해서 못 신을까 봐ㅎㅎ)을 빼다 보니 신는 날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웬만한 캐쥬얼 복장엔 두루두루 어울리는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