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18. 08:07ㆍLife/Culture
어린 시절 서부극을 좋아했다. 그 당시는 서부극보단 홍콩영화가 더 인기 있었던 시절이었지만, TV에서 무법자 시리즈가 하는 때면 항상 TV 앞에 앉아 있던 나다.
난 영화에 대해서 잘 모르고 서부 영화는 더욱이 잘 모른다.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가 어떤 작품들을 만들었는지도 난 잘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본 이후의 그 후련함은 잘 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제목이 문득 서부극을 연상시킨다. 저런 '놈'들이 나오는 영화야 수없이 많겠지만, 서부극을 좋아하는 사람 중 저 제목을 보고 '석양에 돌아오다(Il Buono, Il Brutto, Il Cattivo)'를 떠올리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물론 '못생긴 놈(Il Cattivo)' 가 '이상한 놈'으로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밭 속에서 열차가 지나가는 장면. 첫 장면에서 '이상한 새' 와 '독수리', '까마귀'가 등장한다. 세 명의 등장인물을 하늘 높이 날아가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새', 철길 위에서 썩은 고기를 뜯어 먹는 '까마귀'들, 그리고 '까마귀'를 쫓고 먹이를 낚아채는 '독수리'로 표현한다. 어차피 서부극이란 것이 뻔한 결말이지만 한 장면으로 그 모든 것을 표현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광복군들이 독립을 위해 만주를 누비던 그때, 한 장의 지도를 가진 이가 열차를 탄다. 그리고 그 지도를 뒤쫓는 두 명의 남자들. 바로 만주 최고의 마적이라 불리는 박창이와 광복군의 부탁을 받은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이다. 그러나 그 지도를 얻는 건 결국 '이상한 놈' 윤태구이다.
자칭 열차 강도인 그는 그날 역시 일을 하기 위해 떡장수로 변장, 열차에 탑승한다. 우연한 기회에 그는 일본 은행 총수인 가네마루의 객실을 털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지도를 얻게 된다. 그 탓에 수많은 마적단의 표적이 되어 여러 번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그. 보물지도라고 확신한 그는 박창이와 박도원, 그리고 마적단의 추적을 피해서 지도에 표시된 지역을 찾기로 한다. 그러나 박도원에게 잡히고 함께 보물을 찾기로 하는 그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속에서 싸움은 끝으로 치닫게 되고 그 와중에 윤태구와 박도원은 보물지도에 표시된 곳을 찾게 된다. 그러나 그곳엔 거대한 공사의 흔적만이 있을 뿐이다. (아마도 유전인 듯^^) 낙담한 둘 앞에 나타난 박창이. 그는 셋 중 최고를 가리자며 금은보화와 함께 윤태구의 비밀을 이야기한다. 박도원이 지나가듯 이야기했었던 '손가락 귀신'이 바로 윤태구라는 것. 약간은 싱겁게 끝나버린 셋의 대결 장면은 결국 박창이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박도원은 다시 윤태구를 찾아 만주를 헤맨다.
놈놈놈은 영화 중간중간 섞여 있는 유머가 아주 유쾌하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물론 두 시간이 넘는 긴 시간에 비해 이야기가 짜임새 있고 긴박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았지만, 세 배우의 서로 다른 매력을 찾다 보니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막의 모델을 연상케 하는 정우성의 늘씬한 몸매와 가슴속에 묘한 슬픔을 간직한 이병헌의 짙은 눈빛과 목소리, 세상만사의 고통을 잊은듯한 송강호의 행동은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그러나 추격신에서 단순히 끝없이 달리는 말과 총을 맞아 떨어지는 사람들의 모습만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든지 귀시장에서의 만화 같은 대결 등은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부분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색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