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riqué à la main] 1. Satchel Bag

2014. 7. 15. 00:16Life/à la main

Heritage Leather Co - Mason Bag의 스트랩을 만들면서 처음 접한 가죽. 무턱대고 가죽 가방을 만들겠노라며 구매해두고는 1년이 넘도록 방치해둔 이탈리안 베지터블 새들 레더를 사용해서 드디어 가방 만들기를 시작했다. 어떤 디자인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워낙 크고 무뚝뚝한 느낌의 가방이 많아서 작고 산뜻한 느낌의 사첼 백을 만들기로 했다. 내 기준엔 너무 작지만, 다른 사람들은 작지 않다고 하는 정도의 크기(W30 x H24 x D9.5 cm).


Satchel Bag Type 1 Front

사첼 백은 학생 가방 모양의 사각형 가방을 이야기한다. 몇 년 전 유행한 The Cambridge Satchel Company의 귀여운 스타일부터 Billykirk같은 브랜드의 터프한 스타일까지 사첼 백은 그 디자인도 무궁무진하다. 그중에서 내가 고른 포인트 몇 가지는 이 정도.

  1. 너무 크지 않은 크기와 무겁지 않은 무게감
  2. 하드한 새들레더의 터프함을 덜 느낄 수 있는 디자인
  3. 가죽으로 속을 꽉 채운 그립감 좋은 손잡이
  4. 가죽을 최대한 활용해서 부자재 사용 줄이기


Satchel Bag Type 1 Strap

너무 깜찍하면 안 되니까 미국냄새 물씬 풍기는 Copper Rivet을 탕탕. 물 건너온 녀석인데 생각보다 길이 조절이 어렵네. 너무 짧으면 Burr가 쏙 빠지고 너무 길면 망치로 때릴 때 구부러지고. 몇 번 더 사용해봐야 손에 익을 듯. 미쿡 하니 생각나는 것 또 하나. Barrett Alley에서도 사용한다는 Crawford Threads LTD - Waxed Irish Linen 실을 사용. Copper Rivet 사면서 같이 아마존에서 구매. 이전에 AMANN Serafil만 써봤었는데 Waxed Irish Linen thread로 바꾸니 뭔가 느낌이 다르다. 처음엔 쫀쫀한 느낌(?)이 없어서 손가락이 무지 아팠던 기억이 나네. 미끈한 느낌이 없지만, 탄성이 없는 만큼 조금 더 튼튼한 느낌이랄까? 다른 린넨사를 사용해보지 않아서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두께는 꽤 고른 편인 것 같다. 크게 울퉁불퉁함이 느껴지지 않는 정도.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서 당분간 이 실을 계속 써 볼 생각이다. 뭔가 가죽보다 실이랑 리벳에 더 신경 쓴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그래도 나름 이탈리안 베지터블 레더인데!!


Satchel Bag Type 1 Handle

여러 겹 겹친 가죽을 원통 모양으로 잘라서 속을 채운 손잡이. 잡았을 때 손에 꽉 차는 느낌이라 굳. 왠지 앞으로 가방 손잡이는 다 이런 식으로 만들게 될 것 같다. 만들 때 손은 좀 더 가지만, 손에 짝 붙는 그립감이 마음에 든다.


가죽공예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새들 스티치 방법만 보고 시작한 것이라 기본기가 좀 부족한 느낌이다. 또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최대한 활용했는데 몇 가지 불편한 점들이 생기고 있는 중.

부족한 점을 몇 가지 정리해보자면.

  • 패턴의 중요성을 모르고 패턴 없이 디자인을 수정하면서 제작하다 보니 바느질을 할 수가 없어서 이전에 했던 바느질을 뜯고 다시 한다든지 바느질이 이상하게 되는 일들이 생긴다. 간단한 소품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가방이라면 패턴 및 샘플제작은 필수일 듯.
  • 커터칼로 가죽을 커팅하다 보니 가죽이 완전 직각이 아닌 상태로 잘릴 때가 있어 단면 처리를 할 때 다시 자르고 마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가 있다. 날이 두꺼워 휘어지지 않는 가죽 재단용 칼을 사거나 언제 어디서든 커터칼로도 직각으로 자를 수 있는 스킬을 쌓아야 할 듯.
  • 2날짜리 다이아몬드 목타를 줄로 갈아서 유럽식 사선 치즐 비슷하게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두 날로 가방 만들기 너무 어렵다. 일직선으로 구멍 마킹하는 건 연습과 집중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을 듯. 나중에 할인할 때 2, 5, 10날 세트로 하나 구매해야겠다. 하이스강으로.
  • 마름 송곳 대신 안경 나사용 일자 드라이버를 줄로 갈아서 사용했는데,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전혀 모자랄 것이 없는데 손잡이가 너무 얇아서 불편하다. 심지만 뽑아서 손잡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다른 마름 송곳을 하나 구매해야 할 듯.

지금 생각나는 건 이 정도? 몇 번 더 연습하면 더 잘 만들 수 있겠지? 다음 목표는 몇 가지 소품과 Mail Bag이다. Mail Bag의 Originality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일단 40kg에 가까운 편지 무더기를 넣을 수 있을 만큼 큼지막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그 사이즈는 체구가 작은 나에겐 너무너무 클 듯. 너무 크지 않은, 그러면서도 밸런스가 잘 맞는 사이즈를 찾는 게 가장 큰 과제가 될 것 같다. 브라이들레더 쓰고 싶은데 너무 사치려나...

생각보다 너무너무 재미난 가죽질 1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