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공예 - 보석함과 바구니.

2011. 4. 10. 23:16Life/Photo

얼마 전 취미로 한지 공예를 시작했다. 사실 처음부터 한지 공예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프랭클린플래너 CEO 바인더를 만들고 남은 두꺼운 보드지를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가 문득 예전 어디선가 본 보석함이 생각났다. 워낙 튼튼해 보여서 그땐 보드지로 뼈대를 만들었단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한지 공예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니 보통 보드지로 뼈대를 만들고 초배, 재배를 거쳐서 마감의 과정으로 진행하더군. 어쨌든, 별 상관없는 바인더 만들기에서 한지 공예를 넘어왔다.

맨 처음 만든 건 보석함이다. 혜진이 선물로 만들었는데 처음이라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시간도 넉넉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요령이 없어서 뼈대를 치수에 맞게 구상하고 그리고 자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특별출연 뽀노. 사진을 찍는다고 보석함을 내려놓으니 궁금한지 기웃기웃. 아직도 애기 같은데 벌써 세 살 반이 넘었다. 덩치가 너무 크게 나왔네.

전체적인 모습인 이렇다. 급하게 찍느라 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짙은 녹색과 짙은 개나리색이다. 여닫을 수 있는 뚜껑엔 아크릴 거울을 달고 아래 칸 서랍엔 여닫기 편하게 끈을 꼬아서 달았다.

아래 칸 서랍을 연 모습.

서랍 끈 끝 부분은 눈꽃모양 장식으로 마무리했다.

첫 작품이라 여기저기 서툰 구석이 많다. 왠지 지금 다시 만들면 더 잘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 위 칸 뚜껑 연결 부분에 철사 두께를 잘못 계산해서 밖으로 튀어나오고 한지 재단도 깔끔하지 않아 여기저기 삐뚤삐뚤하다. 그래도 처음 만든 녀석이라 왠지 정이 간다.

두 번째는 얼마 전 치료실 선생님 만들어 드린 다용도 바구니. 이것저것 물건을 담아 정리할 수 있게 넉넉한 크기로 만들었다. 치료 시간에 조금씩 시간을 내서 만들려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냥 집에서 만들었다.

사실 처음에 아주 간단할 줄 알았다. 보석함보다 구조가 단순해서 쓱쓱 그리고 자르고 이제 붙이기만 하면 되겠구나 했는데 이게 웬걸. 네 모서리가 직각이 아니라 알맞은 각도로 사선으로 잘라내야 했다. 밑판과 연결된 부위도 마찬가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네.

한지는 보석함 만들고 남은 것을 재활용했다. 휴대전화 카메라라서 뿌연 느낌이 있지만, 실제 한지 색은 보석함보단 바구니 사진의 색과 비슷하다. 얼룩덜룩한 부분은 마감이 덜 말라서 생긴 얼룩이다. 지금은 다 말라서 얼룩 없이 깔끔할 듯.

다음엔 작은 다과상을 만들 계획이다. 집에서 간단히 앉아 커피도 마시고 과일도 먹을 수 있는 작은 상. 물건을 얹어야 하니 충분히 무게를 지탱할 수 있게 뼈대도 두껍게 만들어야 하고 혹시나 음료를 쏟아도 스며들지 않는 마감재를 선택해야 한다. 디자인도 생각하고 한지 색도 골라야 하고 상다리 부분에 문양도 넣을까 해서 문양도 생각해야 한다. 이것저것 할 일이 많군. 조만간에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