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스탠리, 코즈웨이 베이

2011. 2. 24. 19:37Life

홍콩 여행 둘째 날은 스탠리에서 시작한다. 일단 스타 페리를 타고 센트럴로 갔다. 공항에서 옥토퍼스 카드를 만들어둔 덕에 한국에서처럼 카드 찍고 탑승. 스타 페리는 2층이다. Upper deck과 Lower deck 들어가는 문이 다르니 원하는 자리를 생각해서 선착장으로 가야 한다. 전날 밤 아쿠아루나에서 본 모습을 바라보며 센트럴로. 센트럴 선착장에서 엄청 긴 육교를 지나 ifc 건물 쪽으로 가서 MTR 역을 지나면 스탠리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260번이었나? 어쨌든 직통버스가 있다는데 기다리기 귀찮아서 6X 버스를 타고 출발. 나중에 알고 보니 캔튼 로드에서 973번 버스를 타도된다는군. 어쨌든, 2층 오른쪽 맨 앞자리 강추!! 느긋하게 구경이나 하자는 맘으로 탔는데 정말 스릴있고 재밌다. 버스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군. 구경할 것도 많고.

2층 버스다 보니 흔들림도 심하고 시야가 달라서 꼭 건물과 부딪히면서 달리는 느낌이다. 게다가 홍콩 분들 워낙 운전을 험하게 하시니 스릴 만점. 가다 보니 왕복 3차선에 중앙선이 없는 듯한 도로가 있던데 그런 곳은 어떻게 가는 건지 모르겠다. 도심을 지나 해안 도로를 꼬불꼬불 달리다 보면 꼭 바다로 떨어질 것 같다. 절대 속도를 줄이지 않는 기사 아저씨. 한참 가다 보면 리펄스 베이가 보인다.

스탠리와 함께 부촌이라는 리펄스 베이는 해수욕장과 용이 지나가는 구멍이 있는 리펄스 베이 맨션이 유명하다. 위의 멋진 사진은 결코 내가 찍은 건 아니고 Wikipedia에서 빌려 왔다. 오른쪽 세 번째 건물을 유심히 살펴보면 용이 지나다닌다는 구멍이 보인다. 예전에 스타킹인가 어디서도 나온 것 같은데.

리펄스 베이를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스탠리다. 개인적으로 홍콩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스탠리. 스탠리는 크게 남대문 시장 같은 스탠리 마켓과 해안가로 나뉜다.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꽃가게 과일가게 옷가게 인테리어 가게 등을 지나 한참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바다가 나온다. 한국 사람이 많이 간다는 파란색 보트하우스를 지나 길을 따라 걸으면 유럽 분위기 식당이 늘어서 있다. 대낮인데도 맥주 한잔하면서 쉬고 있는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다. 길 끝엔 머레이 하우스, 틴 하우 사원이 있다. 워터프론트를 따라 걸어 도착한 블레이크 선착장. 선착장에서 바다 구경도 하고 괜스레 배도 없는 계단을 내려가 보기도 하고. 머레이 하우스는 식민지 시절 건물이라는데 식당도 있고. 사원은 그냥 지나쳤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해서 일단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보트하우스를 갈까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맨 끝쪽의 Spiaggia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일단 시원하게 산 미구엘부터 한잔.

내가 좋아하는 퀘사디아다. 한국에서 먹는 퀘사디아랑 비슷한 맛인데 할라피뇨가 듬뿍 들어서 맛있었다. 사진에 얼핏 보이는 대파와 꽃. 대파를 통째로 왜 놔뒀을까 생각하면서 한 입 베어먹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데코레이션용이란다.

스페셜 메뉴라는 구운 해산물 샐러드. 맨 왼쪽에 속이 발그스레한 것이 참치, 그 오른쪽이 연어다. 오징어, 조개 및 각종 야채. 보는 것과는 다르게 먹으면 은근히 배부르다.

식사를 마치고 보트하우스 건너편의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스탠리 마켓으로 이동했다. 스텐리 마켓은 그야말로 시장이다. 볼거리도 많고. 도장, 그림, 옷 등을 파는 상점이 많다. 뚱뚱한 회색 고양이를 키우는 아저씨 집에서 혜진이 귀걸이를 샀는데 은귀걸이 가격이 4천 원 안팎이다. 스탠리 마켓을 다 둘러보고 마을버스처럼 생긴 조그만 버스를 타고 코즈웨이 베이로 갔다. 여기 버스들은 우리나라 기차처럼 앉는 손님 몇 명, 서는 손님 몇 명 이렇게 정원이 정해져 있다. 실제로 정원이 다 차면 안 태워주는진 모르겠지만. 코즈웨이 베이 역시 쇼핑 거리다. 타임스퀘어도 있고 레인크로포드 백화점도 있고. 일단 이케아 매장을 먼저 방문했다. 이케아 매장은 두 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하 1층으로 들어가서 지하 2층으로 나온다. 다른 출구가 없어서 일단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한다. 할인 판매하는 쇼파나 스탠드가 탐났지만, 결국 주방용품 코너에서 몇 개 사서 나오고. 사진을 남기지 않은 게 좀 아쉽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일단 저녁부터 먹기로 하고 트램을 타고 해피 밸리로 갔다. 우리나라에 전차가 없어서 그런지 도로 가운데를 달리는 트램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버스처럼 2층이고 차도 가운데 난 트램 길을 따라 달린다. 커브 돌 땐 꼭 옆으로 쓰러질 것만 같다. 해피 밸리는 그냥 조그만 주택가처럼 보인다. 예만방에서 하가우랑 춘권, 연잎밥(맞나?)을 먹었다. 예만방은 약간 낡은 분위기다. 벽엔 몇십 년은 돼 보이는 액자들이 걸려 있다. 한국의 오래된 맛집과 비슷한 분위기. 여기서 한국인 관광객 일행을 만났다. 만난 건 아니고 보기만 했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는 택시 타고 다시 코즈웨이베이로.

홍콩은 택시도 비싸지 않다. 일본이랑은 천지차이인 듯. 차는 전부 똑같이 빨강 도요타고 탈 때 내릴 때 차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하루 종일 돌아다닌 탓에 피곤해서 타임스퀘어는 대강 둘러봤다. 타임스퀘어를 나오는데 시계탑 뒤 건물 밖으로 널린 빨래가 눈에 띄었다. 홍콩은 어딜 가나 건물 밖에 빨래를 넌다. 1층은 으리으리한 점포가 있는 곳도 위를 살펴보면 다 비슷하다.

타임스퀘어를 나와 G.O.D.를 구경하러 갔다. Goods of Desire이란 이름의 GOD는 작은 잡화부터 소파나 침대 같은 큰 가구까지 다양한 상품을 파는 곳이다. 이케아 매장처럼 무지무지 넓은데 들어가는 입구와 나오는 출구가 따로 있어서 중간에 나오기가 쉽지 않다. 역시 느긋하게 구경하고 돌아다녔다. 신기한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고. 정말 귀엽게 생긴 개 고양이 사료 그릇이 있어서 사려다가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왔다. 아 피곤해. 다리도 아프고 발바닥도 쑤시고.

숙소에선 또 반신욕으로 피로 회복. 2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지쳤다. ㅠㅠ 몸이 피곤해도 홍콩의 야경은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