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2011. 5. 10. 03:24Life

나는 가수다. 물론 난 가수가 아니지. 요즘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다. 가수가 나와서 경연을 펼치고 그들의 노래를 평가한다는 생각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또 그들이 편곡하고 부르는 다른 가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한다. 이번 주는 새 구성원이 들어온 다음 첫 경연이다.

임재범. 시나위 시절부터 참 좋아하는 가수다. 독특한 목소리와 누구나 인정하는 가창력. 실제 무대를 본 적은 없지만, 간접 경험으로도 그 카리스마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윤도현. 윤도현 역시 1집이 나왔을 때부터 꾸준히 그와 그 밴드의 팬이었다. 특히 4집 한국 Rock 다시 부르기를 참 많이 들었다. 박정현. 감미로운 목소리.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내가 갇힌 틀을 깨부순다. 이소라. 이소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눈물. 가슴 깊은 곳을 파고드는 그 목소리에 눈물이 맺힌다. BMK. 거대한, 힘찬, 동시에 감미로운 그 목소리. 그 울림. 김범수. 글쎄, 뭔가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노래 참 잘하는 분. 김연우. 토이를 좋아하는 세대라면 잊을 수 없는 그 목소리. 정직하고 깨끗하고 듣는 사람까지 맑게 해주는 깨끗함. 누구 하나 빠질 데 없는 최고의 가수들이다. 이 가수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고, 게다가 온 힘을 다한 그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좋다.

한편, 아쉽기도 하다. 경연이라는 그 본래 취지에서 어쩔 수 없이 누군가 탈락자가 생긴다. 가끔 내가 청중 평가단 500명에 포함되지 않아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도대체 누굴 선택하고 누굴 버려야 하는가.

난 이번 주 경연에서 BMK를 선택했다. 물론 대중의 평가에서 7위를 하긴 했지만. BMK는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를 Jazz 풍으로 편곡해서 불렀다. 그녀 특유의 힘과 감미로움. 물론 내 취향에 맞는 편곡도 선택에 크게 한몫을 했다.

피아노 선율과 함께 울리는 콘트라베이스를 듣고 있자니 어느 크리스마스가 떠오른다. Jazz in the City 공연에서 혜진이랑 같이 들었던 그 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에서 이런 대목이 나온다.

재즈 밴드에서 베이스가 빠지면 연주음은 - 회화적으로 표현해서 - 폭발음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고 맙니다. 다른 악기의 연주자들은 일제히 무기력해지고 말겠죠.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매력있는 소설이다. 흠.

어쨌든, 콘트라베이스를 찬양하려는 목적은 아니고. 콘트라베이스의 울림을 듣고 있자면, 묘하게 추억에 젖는다. 지금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와 온몸을 나른하게 하는 알코올의 기운도 한몫 거들었겠지만. 부디 이번엔 큰 문제 없이 계속되었으면. 벌써 다음 주 노래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