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밤

2011. 4. 27. 23:48Life

고양이의 밤이 시작됐다. 해마다 봄철이면 암고양이의 발정기가 시작된다. 대부분 동물처럼 고양이 역시 암고양이만 발정기가 있다. 수고양이는 암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아, 발정기구나! 나도 어서 나가야지. 하고 깨닫는다.

요즘은 덜하지만, 봄철 고양이 울음소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비슷한 이유다.

  1. 발정기 암고양이 울음소리가 아기 울음소리와 비슷하다. 밤에 들으면 섬뜩하거나 기분이 나쁘다.
  2. 암고양이 울음소리를 들고 수고양이가 모인다. 여러 수고양이가 모이면 암고양이와 함께할 기회를 얻기 위해 싸운다. 싸울 때 앙칼진 찢어진 소리를 내므로 기분 나쁘다.
  3. 난 원래 고양이를 싫어한다. 밤에 번쩍이는 눈빛이 소름 돋는다.
  4. 사람도 시끄럽게 하면 경찰에 신고하는데 고양이는 신고도 안 된다. 밤에 잠 좀 자자.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지만, 가끔 밤에 암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으면 놀란다. 그렇지만, 밤에 갑자기 우는 아기 소리를 들었을 때 놀라는 것과 비슷한 반응이다. 갑자기 큰 소리를 들으면 놀라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니까.

사람과 방식이 다를 뿐이지 고양이의 이런 행동 역시 자연스러운 거다. 허리나 관절에 좋다고 고양이를 삶아 먹고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나가다 돌을 던지고 친구 집에서 데려온 고양이가 귀찮다고 버리고. 그전에 이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한 생명이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하는 것은 어떨까?

세상이 각박해지고 늦은 밤 마음 놓고 길을 다니지 못하고 부모 자식 간에도 끔찍한 범죄가 자행되고 패륜을 저지르고 반성조차 하지 않는 못난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먹어야 산다.'라는 핑계로 짐승을 사육하고 도축하고 구워먹고 지져 먹고 삶아 먹고 튀겨 먹는 것도 모자라 사람까지 사냥하는 무서운 세상이지만, 그래도 생명의 소중함은 예전과 마찬가지다. 내가 채식주의자라서 당당히 난 생명의 존엄을 위해 육식을 포기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내가 먹는 이 생명도 한때 나와 같이 숨 쉬고 있었겠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쩌면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의 굴레다.

아마 한 달쯤 지나면 고양이의 밤은 끝날 것이다. 여름이 되면 많은 새 생명이 태어나겠지. 미래를 살아가게 될 녀석들아. 건강하게 잘 자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