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내기.

2011. 7. 16. 02:29Life

언젠가 왼쪽 눈꺼풀에 동그랗고 볼록한 무언가가 생겼다. 뭔가 피지가 굳어져서 살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것 같은 그런 것.

갑자기 짜내고 싶어졌다. 여드름도 아니고 그냥 없앨 순 없겠네.

눈꺼풀을 소독하고 바늘을 소독하고 찔렀다. 푹.

아, 눈물 나네. 아파서 나온 눈물인지 단순한 눈꺼풀 자극 때문인지 아리송하다.

손가락을 잘 소독하고 조심스럽게 그 녀석을 짜낸다. 눈동자 위라 면봉을 쓸 수가 없다.

한 번. 두 번. 세 번.

동그란 덩어리가 빠졌다.


막상 짜낸 녀석을 보니 아주 작다. 눈꺼풀 속에 있을 땐 그렇게 크게 보이더니.

눈꺼풀을 잘 소독했다.

며칠이 지나니 상처가 아물었다. 눈가가 매끈해졌다.


피부에 생긴 녀석은 눈물 한 방울이면 쉽게 짜낼 수 있다.

마음에 생긴 녀석은 눈물 한 방울로는 어림도 없다.

한 방울, 두 방울. 바늘로 찔러 짜내고 싶지만,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다시 또 자라고 자라고 자라고...

언젠가는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내 몸의 일부가 된 것처럼, 그렇게 익숙해질 것이다.

한 번에 짜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