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 다녀왔습니다

2008. 7. 28. 23:13Life

전역 후 처음으로 집에 다녀왔다. 전역하자마자 복학해 학교 다니느라, 휴학 이후엔 매일 아침 일하느라 부모님 찾아뵙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방학도 되고 해서 주말을 이용해서 다녀왔다. 거의 5달 만에 뵙는 건가? 집은 변한 게 없다. 부모님, 누나 모두 예전 모습 그대로다. 내가 사랑하는 그 모습 그대로.

어머니랑 장 보면서 짐도 들어 드리고 음식 하는데 옆에 서서 음식도 배웠다. 오랜만에 아버지랑 술도 한 잔 같이 하고 누나랑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집에 컴퓨터도 바이러스와 악성코드에 심하게 감염돼 있어서 싹 새로 정리해 놓고. 그러고 보니 이번엔 어머니랑 영화를 못 봤다. 거의 매번 집에 갈 때마다 어머니랑 영화 보러 가는 게 일과였는데. ('작업의 정석',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같은 영화들도 전부 어머니랑 본 영화들이다.^^)

부모님도 내가 졸업하고 취직할 때가 되니 조금은 걱정이 되시는 것 같다. 내색은 안하시지만.. 아버지는 술기운을 빌어서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말씀도 하셨다. 그냥 죄송스러운 마음이 자꾸 든다. 군대 가기 전 4년을 너무 헛되이 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 물론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4년이 지금 내 발목을 잡고 있지만, 그 시절이 보잘것없고 후회로 가득한 그런 시절이란 것은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고 나 자신에 대해, 또 세상에 대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운 시기였다. 공부를 조금 등한시하긴 했지만.

아들이 자취한다고 하니 어머니는 걱정이 많으시다. 면회 한 번 못 오신 게 못내 서운하신지 그 이야기를 꺼내며 미안하다고 말씀하신다. 결국, 간장, 된장부터 시작해서 내가 좋아하는 동그랑땡, 장조림, 더덕구이, 식혜, 각종 고기 등 온갖 음식들을 다 싸주셨다. 국외여행 갈 때 쓰려고 사놓고 한 번도 써보지 못하셨다는 트렁크에 꾹꾹 눌러담아서 말이다. 매번 집에 갈 때마다 이렇게 사랑을 담아주시는데 그 마음에, 그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무겁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부모님 실망하게 하지 않아야지'와 같은 말을 하기도 두렵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빈말이 되고 양치기 소년이 되어 버릴까 봐. 하지만, 이제는 정말 물러설 곳이 없다.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니까.

생일이 아직 10일이나 남았지만, 찰밥에 미역국을 먹고 왔다. 휴학했다는 말은 결국 못하고. 8월 16일쯤 다시 한 번 부모님 뵈러 갔다 와야지. 그때는 조금은 더 밝은 모습 보여 드리고 싶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