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월이다.

2010. 5. 19. 22:25Life

 사실 5월도 반이 한참 지났다. 시간이 참 빠르다. 내가 입원한 게 작년 6월 18일인데 벌써 11개월이 지났으니 말이다. 아직 생생히 기억난다. 2009년 6월 17일이.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 아침에 닭곰탕을 끓였다. 손가락엔 힘이 좀 없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스프레이를 한 손으로 누를 수 없을 때와 신발끈을 묶을 수 없을 땐 좀 이상했지만… 점심에 혜진이랑 닭곰탕 도시락 먹고 학교 보건소에 갔더니 병원을 알려주며 신경과로 가라고 했다. 학교 보건소는 왜 또 그리 높이 있는지, 학생회관 2층이 그렇게 멀 수가 없었다.

 그 이후에 집에 있었는지 도서관에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시험기간이었으니까 수업은 없었을 테고. 그 학기는 내 학교생활 처음으로 정말 자신이 있었다. 3과목밖에 듣지 않았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학기였으므로 장학금은 신청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날 저녁은 이란전 축구가 열렸다. 평소 즐겨가던 신촌 요시라멘(면가요시)에서 난 요시 라멘을 혜진이는 야끼소바를 시켰다. 맥주와 함께. 아마도. 그땐 이미 젓가락질도 조금 힘들었고 라면을 먹는데 목에 걸릴 것처럼 목 넘김이 이상했다. 그냥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뭔지 몰랐으니까.
 집에 들어가는데 무릎이 몇 번이나 꺾여서 휘청했지만, 술을 마셔서 그러려니 했다. 설마 그 다음 날부터 11개월이 넘도록 병원 신세를 지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18일 아침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힘도 없었지만, 무슨 여유가 있었는지 슬램덩크를 봤다. 아마 27권을 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샤워를 하고 병원으로 갔다. 이미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없었고 독립문 세란 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쯤엔 내 다리로 설 수 없었다. 그때부터다. 휠체어 신세를 졌던 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 세란 성모 일산 보람 메드윌. 여러 병원을 거쳤고 몸도 많이 회복되었다. 언제쯤이면 작년 여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정인'의 '미워요'를 들으니 문득 생각이 났다.

 이런 날은 정말… 왜 이렇게 담배가 생각나는 걸까. 1년이나 끊었다고 생각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