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트리커즈 말톤 Tricker's Malton - 甲 of 컨트리 부츠

2013. 7. 31. 23:54Life/Desire

작년부터 캐주얼한 컨트리 부츠를 사려고 여러 브랜드를 둘러보았다. 내가 세운 캐주얼의 기준 세 가지.

  • 스퀘어 토 모델을 피할 것 - 앞코가 둥글수록 좋아
  • 어둡고 차분한 색은 피할 것 - 너무 튀진 않고 적당히 경쾌한 색
  • 플레인 토 모델은 피할 것 - 아메리칸 워크부츠 사는 거 아님

굳이 기준을 세운건 재작년 구매한 Herring Burgh(Loake Burford와 거의 같은 모델)가 스퀘어 토에 짙은 브라운 색에 얄쌍한 라스트이고 신으면 포멀한 분위기가 살짝 나서겠지. Herring Burgh는 Herring Shoes 컬렉션 중 Loake 024 라스트를 사용한 컨트리 부츠다. Herring Shoes는 Alfred Sargent, Cheaney, Tricker's, Barker, Loake 등 다양한 영국 슈메이커에게 제작을 의뢰해서 꽤 탄탄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어쨌든, 위의 기준을 갖고 여러 브랜드를 둘러보다가 우스터씨가 유행시킨 Grenson Fred와 Sharp 실물을 보게 되었다. 사진상으론 매력적이지만, 실제로 보니 내 타입은 아니었다. 펀칭이 과하게 커서 부담스럽고 가죽도 얇았다. 착화감도 그냥 그냥. 또 Rushden 라인은 인도에서 생산하고 웰트 작업만 영국에서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진위는 모름.) 왠지 꺼려지는 느낌. 계속 둘러보다가 두 번째로 눈에 들어온 Allen Edmonds의 Dalton. 시즌 오프 때 가격이 나쁘지 않고 실물이 예쁘다는 평이 많아서 구매했으나, 역시 얇고 좋아 보이지 않는 가죽에 만듦새는 미국의 투박함을 닮았다. 착화감 역시 그냥 그냥. 얇은 라스트에 비해 앞코가 너무 높아 균형이 잘 안 맞는 느낌. 차라리 Cordovan이었으면 보기엔 나았으려나. 결국, 반품해버렸다. 특히 별로였던 건 없어보이는 그라데이션 ㅠㅠ

이후 여러 영국 브랜드를 뒤지며 고민했지만, Barker는 어중간하고 Sanders는 투박하고 Cheaney는 너무 단단하고 C&J는 굳이 컨트리 부츠를 이 가격에 여기서 사야 하나 하는 느낌에 패스. 그러다가 Tricker's의 Stow, Malton, Alfred Sargent의 Dumfries를 최종 후보로 뽑았다. 처음엔 다들 많이 찾는 Stow Acorn 색을 생각했지만, 너무 밝고 가격도 부담스러웠다. 그러다 Malton과 Dumfries가 같은 가죽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역시 진위는 모름.) 만듦새도 괜찮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한 Alfred Sargent Dumfries를 사려고 했으나 작년 연말 세일 때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을 놓쳐서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한 Malton 세일. 초특가는 아니지만, 그냥 질러버렸다.

곧 다가올 생일을 핑계로 질러버린 컨트리 부츠 끝판왕이라는 트리커즈의 말톤 Tricker's Malton. 세일이라 샀지 아니었으면 비싸서 한 달은 굶어야 할 녀석 ㅠ. 다행히 이번달에 카드를 별로 안써서 큰 무리는 없었다. 사실 AS Dumfries 역시 세일 중이라 £80은 싸게 살 수 있었지만, 같은 색을 하나만 산다면 트리커즈를 사야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ㅋㅋ 한여름에 부츠라니 좀 더워 보이긴 하지만, 의외로 사무실에서만 근무하면 여름에 부츠도 나쁘지 않다. 뭐 그렇다고 정말 부츠를 신고 출근하는 날은 거의 없지만..

Tricker's Malton Tricker's Stow Acorn Tricker's Stow Marron <Tricker's Malton> <Tricker's Stow Acorn> <Tricker's Stow Marron>

Tricker's의 컨트리 부츠를 잠시 살펴보자면 브로그 부츠는 Stow와 Malton 두 가지 모델이다. 그런데 사진으로 보면 둘의 차이가 거의 없다. 그렇다. Malton과 Stow는 라스트와 모양새가 완전히 같은 모델이다. 4497S 라스트를 사용한 브로그 부츠. 둘의 차이라고 하면 Stow는 기본적으로 Acorn과 Espresso, Black, Marron 색이 제공되고 Malton은 C Shade Tan(또는 C Shade Gorse)이라는 색으로만 나온다는 점. 또한 Espresso와 Black Stow는 Dainite Sole/ Leather Sole을 선택할 수 있고 Acorn, Marron은 Leather Sole만 나오지만, Malton은 Leather Sole/ Commando Sole(Malton/1)을 선택할 수 있다. 마지막, Stow는 보통 너비인 5 Fitting이 기본이지만, Malton은 5, 6 Fitting을 선택할 수 있고 Malton/1(Commando Sole)은 6 Fitting만 나온다.

사설은 여기까지 하고 Malton 공개!!

Tricker's box Tricker's Malton Spec

Tricker's 박스다. 그냥 뭐. Herring의 파란 박스와 똑같다. 옆면에는 모델명, 색, 사이즈 등이 손글씨로 적혀 있다. 별것 아닌데 손글씨로 쓰여 있으니 인쇄된 것보다 있어 보임. 게다가 무려 금색이다. Men's C Shade Gorse Brogue Boot라고 제품 색과 스타일이 나오고 2508 Malton이라는 제품명, 사이즈 6 ½, 피팅 6 정보가 나온다.

Tricker's Malton1

뚜껑을 열면 다른 영국 구두처럼 한 족씩 따로 더스트 백에 들어있다. Herring Shoes에서 구매한거라 Herring 마크가 찍힌 슈혼, 브로셔, 왁스가 함께 왔다. 슈트리까지 있었으면 풀세트인데 살짝 아쉽다. 왁스는 미드 브라운 색.

Tricker's Malton2

여기서 부턴 제품 사진. 정면 위쪽 모습이다. 적당히 동글동글한 라스트와 큼직한 브로깅 덕분에 캐주얼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약간 오렌지 빛을 띈 갈색인데 생각보다 무난하다.

Tricker's Malton3 Tricker's Malton4 Tricker's Malton5 Tricker's Malton6 Tricker's Malton7 Tricker's Malton8 Tricker's Malton9 Tricker's Malton10 Tricker's Malton11

라스트가 둥글둥글해서인지 큰 펀칭 때문인지 브로깅이 경쾌하고 가벼운 느낌이다. 데님에도 치노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옆모습은 여느 컨트리 부츠와 같다. 뒷모습 역시 크게 특이한 점은 없다.

다른 각도에서 본 앞모습과 옆모습. 둥글게 생긴 캐주얼한 라스트에 어울리지 않게 발등이 낮다. 그래서 낙낙한 라스트임에도 다른 신발과 같은 6.5사이즈에 발가락이 편하게 피팅 6을 주문했고 생각만큼 잘 맞다. 마지막은 웰트 연결 부위. 거의 표시가 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다.

상자처럼 신발 내부에도 손글씨로 제품 정보를 적어놨다. 제품명, 사이즈, 핏이 보이고 나머지 905381은 무슨 번호인지... 까래(Sock Lining)와 혀 뒷쪽에 Tricker's란 브랜드 로고를 확인할 수 있다.

좀 선선해지면 눈, 비 피해서 열심히 신고 다니다가 밑창 좀 닳면 다음엔 꼭 코만도 솔로 갈아서 신어야겠다. Tricker's하면 Acorn 색의 Stow나 몽키부츠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좀 더 차분하고 무난한 모델을 찾는다면 Malton도 괜찮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