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10. 10. 27. 04:56Life

 꽤 시간이 흘렀고 많은 일이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머릿속이 어지럽다.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다. 멘솔을 그리 싫어했던 내가 말보로 멘솔만 골라서 피다니. 그저께부터 다시 끊었다. 작년엔 4월 1일부터 올해는 10월 25일부터. 물론 다시 필 수도 있다. 자신 없다기 보단 내가 담배를 끊어야만 할 타당성을 내 마음에서 찾을 수가 없다. 몸에 안 좋아서 돈이 없어서 냄새가 나니까 사람들이 싫어해서 버스정류장에서도 못피는데...... 수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선택해야만 하는 카드가 없다. 그래도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야지.

 술을 꽤 마셨다. 원래 술을 좋아하긴 했지만, 입원 후엔 잘 마시지 않았는데 요즘은 좀 마셨다. 밖에선 술 마시고 싶으면 친구들 만나서 마시지만, 병원에선 아무래도 혼자 마시게 된다. 몰래. 쫓겨나니까. 간혹 다른 사람과 마실 때도 있지만... 사실 술을 끊고 싶은 마음 역시 없지만, 술 마시면 담배가 생각나고 술을 또 마시고 싶고 잠들기 싫고 또 마시고... 내 생활을 갉아먹고 있다. 그래서 술도 끊었다. 그저께부터.

 요즘 이것저것 참 많은 것을 산다. 요 며칠만 보더라도 DynaFlex를 사고 아레스티 마하라자 아쌈을 사고 실내에서 신으려고 남색 CrocBand를 사고 눈이 따갑고 침침해서 아이봉 쿨을 사고 방금은 1000pcs 메탈 퍼즐 「생각의 나무」와 「키스」를 샀다. 핑계를 대자면 DynaFlex는 재활 치료용으로 구매했다. 파워볼이나 다이나플렉스니 과연 이런 장난감이 운동이 될까 했는데 생각외로 운동 효과가 상당하다. 특히 나처럼 손목과 손가락이 많이 약한 사람들에게 딱이다. 재미도 있어서 자꾸 하게 된다. 단, 소음이 좀 있어서 조용한 곳에서 하긴 약간. 게다가 불빛까지 나오니 약간.

 담배를 안 피니 입이 심심해서 커피를 마시는데 커피를 마시다 보니 다시 담배가 땡긴다. 또 담배를 참으며 커피를 마시면 다시 담배가 땡기고. 악순환. 악연의 사슬을 끊어야지. 사실 젤 조아하는 Harrods English Breakfast No.14를 마시고 싶었지만, 구하기도 어렵고 넘 비싸서 통과. 멀 사야 하나 고민고민하다가 다른 잉블은 땡기지가 않아서 아쌈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루피시아 사쿠란보도 좀 땡겼지만, 일단 루피시아 사이트가 파업(?) 중이고 사쿠란보는 아무래도 냉침이란 고정 관념이 있어서. 후보를 좁혀서 헤로게이트 티피 아쌈, 동인도회사 아쌈, 딜마 T 아쌈, 압끼빠산트 아쌈 CTC, 아레스 마하라자 아쌈, 로네펠트 아쌈 모칼바리 정도에서 고민하다가 헤로게이트랑 딜마는 가격 때문에 아웃. 요즘 돈이 없으니까. 로네펠트는 사이트에서 당분간 판매 안 한다기에 아웃, 압끼빠산트는 CTC고 밀크티를 강추하길래 아웃. 난 스트레이트가 조아. CTC가 왜 싫다고? 남은 건 동인도회사와 아레스. 동인도 회사가 심하게 땡기긴 한데 아레스도 한번 마셔보고 싶고. 그냥 이번이 아니면 다신 아레스를 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아레스로 샀다. 내일이면 오겠지. 빨리 마셔보고 싶다. 깊숙한 곳에서 고개를 쳐드는 찻잔에 대한 유혹. 아, 티포원. 노리다께..忍忍忍

 겨울이 되면 손발에 땀이 많이 난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손발에 땀이 나고 바람에 식고 다시 땀나고 식고. 덕분에 겨울엔 땀이 엄청 나면서도 얼음처럼 차고 잘 트는 손발을 갖게 되었다. 실내를 돌아다닐 떄 맨발에 운동화를 신자니 땀나고 양말을 매번 신기도 귀찮다. 아, 그래도 발냄새 안나서 다행이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실내에서 돌아다닐 때 신을 슬리퍼가 필요하다. 그런데 슬리퍼를 못 신는다. 그럼 샌들 형태를 사야 하는데 딱히 맘에 드는 것이 없네. 그래서 철 지난 크록밴드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왜 내 맘에 드는 건 없니? 그래서 그냥 이베이에서 직배송으로 주문했다. 다행히 2만 원 초반대에 구입. 설마 사기당한 건 아니겠지? 2-3주나 걸린다니까 천천히 맘 비우고 기다려야지.

 며칠 계속 늦게 자서 그런지 눈이 무지 따갑다. 문득 아이봉이 떠오른다. 한국에서도 아이봉이 팔까? 다행히 옥션에 한 분이 팔고 있다. 바로 구매. 두 개를 살지 하나를 살지 좀 고민했다가 돈도 없는데 하나만 사기로 했다. 눈 좀 시원하라고 쿨로 선택. 내일이면 오겠지. 아니 오늘. 바로 눈 소독 들어간다. 근데 일본에서 아이봉이 얼마나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서핑 중 원데이 쇼핑몰에서 퍼즐이 팔고 있네. 머지? 웬 퍼즐? 아, 사고 싶다. 퍼즐 맞추면 집중력도 생길 것 같고 건망증도 덜해질 것 같고 시간도 잘 갈 것 같고 돈도 쓸 것 같고 귀찮기도 할 것 같고 눈알도 빠질 것 같고 허리도 아플 것 같고 엉덩이도 아플 것 같고 완성하면 놔둘 때도 없을 것 같고...... 에라 모르겠다. 사야지. 오메가면 퍼즐 중엔 저가형이지만, 그래도 워낙 싸니까 괜찮을 것 같다. 메탈로 된 키스랑 생각의 나무 두 개에 액자까지 샀다. 빨랑 맞추고 싶어. 덕분에 통장 잔고가 한자리다. 빨리 학교에서 돈 받아야 하는데.

 토익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은 단어 외우기부터. 단어를 외운 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머리가 굳었는지 몸이 게을러 졌는지 하기가 싫은 건지 진도가 영 안 나가다가 이제 40개씩 두 번 해서 80개 외웠다. 일단 30일분 1200개 외우고 동의어 유의어 반의어 숙어 외우고 그다음에 관련된 기타 단어 외우고 LC 단어 외우고. 2달-3달이면 꽤 많은 단어를 외울 수 있을 것 같다. 그 담엔 문법 훑어보고 문제 풀어보고 LC는 그럭저럭 괜찮으니까 많이 듣고. 그래 공부하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몸이 성하다면 전국 일주에 등산도 좀 하고 싶지만, 평지 위주로 가야지 뭐. 일단은 계획 단계지만, 지금 병원에서 나가라고 할 때 일주일쯤 다녀올까 생각 중이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조금 걱정은 되지만. 바다를 보고 싶은데 고민이다. 동해 항구 쪽으로 갈까. 전라도도 괜찮을 것 같다. 이도 저도 아니면 춘천 가서 닭갈비 먹자.

 벌써 4시가 다 되어 간다. 지금 자고 늦잠을 잘지 그냥 밤을 샐지 고민이다. 지금 밤을 새면 내일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생활 리듬이 조금은 바뀔 것 같다. 누군가 병원 사람과 너무 친해지지 말라고 이야기 한 환자가 있었다. 가끔은 동감할 때도 있다.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생활에 새로운 무엇인가가 스며드는 느낌. 이물감?

 결국 티포원, 티포투 구경하다가 5시가 됐다. 자야지. 두 시간만. 종로였나 티포투란 찻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