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A/S, 그 후...

2010. 7. 23. 19:17Life/Chat

 며칠 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A/S.라는 글에서 최근 A/S를 맡긴 공기청정기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택배가 드디어 도착했다. 아마 10일 정도 걸렸다. 수땜 하나 하는데 정말 오래 걸린다며 택배를 뜯었는데 이게 웬걸. 필터까지 포함된 새 제품이 왔다.

 새 제품을 본 순간 머리를 스치는 세 가지 생각. 기쁨, 미안함, 당혹감.

 일단 사용하던 제품을 보냈는데 교환이 필요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새 제품을 보내주니 당연히 좋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싸!!'

 10초 정도 지나니 약간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열심히 불평하고 있었는데 결국 필립스와 같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니 왠지 모를 미안함이랄까?

 1분 정도 지나자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당혹감. 이렇게 새 제품을 보내줄 것이었으면 어중간하게 소비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태도를 보여야 했을까? 당시 담당자와 통화를 할 때 가장 기분이 상했던 것은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였다.

 보통 서비스 센터에 연락했을 때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은 이렇게 하면 된다. 저렇게 해달라. 하는 지침이 아닐까? 그런데 '뚜껑 부분에 약간 파손됐는데 내가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생각해요?'라니. 그것도 소비자가 굉장한 불쾌감을 느낄만한 어투로. 그래놓고 제품을 보낼 땐 새 제품을 보냈다.

 사실 뚜껑에 약간 금이 갔으니 얼마의 비용을 내면 새 제품으로 보내주겠다. 라던지 뚜껑 부분은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 수땜 부분만 수리하고 보내겠다. 라던지 그냥 우리가 인심 써서 공짜로 새 제품 보내주겠다. 라고 했으면 어느 경우라도 아주 기분 좋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어정쩡한 태도로 새 제품을 주고도 욕을 먹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느끼는 심정 또한 기분이 좋긴 하지만, 해당 기업에 아주 호감이 간다거나 유쾌함을 느끼진 못한다. 아마 지금 기분이라면 다음에 다시 해당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