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요일.

2009. 11. 13. 19:31Life

13일 금요일이다.
날짜에 얽힌 미신을 믿진 않지만 습관처럼 이야기하고 생각하게 된다.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른다.

국민학교 4학년이었나?
그 당시엔 컴퓨터를 가진 친구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 집의 첫 컴퓨터는 아마도 '매직스테이션 3'였다.
당시엔 생각보다 컴퓨터 가격이 비쌌고 이 녀석은 386이 486의 탈을 쓴 386 SX-33 CPU에 16MB의 메모리, 360MB 하드디스크의 사양으로 모니터와 프린터를 포함해서 100만원이 훌쩍 넘었던 것 같다.
국민학교 5학년 때 이 녀석을 산 이후로 고3때까지 우리 집 컴퓨터는 '매직이' 하나 뿐이었다.
이 녀석에 Windows 95, 한글 3.0에 Netscape 등을 설치하면서 많이 괴롭혔었다.

그 땐 인터넷은 없었고 하이텔, 천리안 등의 PC 통신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아마 중학교 때, 아파트에 살던 한 녀석이 "ISDN을 달았는데 사진이 바로 떠! 진짜 빨라"라고 이야기했던것 같다.
인터넷이 없으니 프로그램이나 파일의 복사는 3.5'나 5.25' 디스켓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당연히 여러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던 디스켓은 바이러스의 온상이 되었다.
안티바이러스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그나마 봐줄만한 평과 결과를 보이는 V3가 이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내가 국내 안티바이러스 제품을 싸잡아서 비난하는 건 아니다. 그냥 요즘 이루어지는 비교 결과가 그렇다.)

그 당시 내가 아는 백신(이 때는 전부 백신이라 불렀다.)은 V3와 터보 백신, 두 가지밖에 없었다.
압축 프로그램은 ARJ! 그 시절 대세는 ARJ였다. 그 외에 LHA, LZH, ZIP, RAR 정도.

어쨌든, 그 때 예루살렘 바이러스가 유행했다.
13일 금요일이 되면 활동해서 프로그램 등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정보를 망가뜨리는 녀석.
그래서 13일 금요일이 되면 아예 컴퓨터를 켜지 않거나 날짜를 바꾸곤 했다.

대학생이 되서 Windows 운영 체제를 사용하는 컴퓨터에서는 다시 보지 못했다.
그 시절에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몇 가지 있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문득 생각이 났다.
시계의 13일 금요일이라는 날짜를 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