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랑 바레 증후군

2009. 9. 21. 22:59Life

 병원 생활도 벌써 3개월을 넘어가고 있다. 6월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그분의 이름은 길랑 바레 증후군.
 Guillain-Barre Syndrome 또는 GBS라고 부르더군.

 그 잘난 하우스 선생이 자주 이야기하던 그 병에 덜컥 걸려버렸다. 문득 하우스에서 보던 자가 면역 질환, 신경 마비, 루푸스와 같은 단어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그래도 하우스가 아주 막돼먹은 드라마는 아닌지 박사의 말대로 lumbar puncture부터 CT, MRI까지 이런 저런 검사 끝에 몸 여기 저기를 두들기고 피도 뽑고 결국 GBS 진단을 받았다.

 증상은 전신 마비.

 글쎄. 처음엔 이게 뭔가 참 황당하더니 이제는 하루 하루 회복되는 모습이 재미있기까지 하다. 음, 정신도 이상해진 건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 숟가락으로 밥 먹기
- 양 손 엄지로 키보드 치기
- 문자 보내고 전화 걸기
- 오른손 검지로 마우스 클릭하기
- 옆으로 돌아 눕기
- 앉기
- 누워서 앞으로 나란히 하기
- 양치하고 화장품 바르기
- 휠체어 밀기

이것들 말고도 많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아프면서 알게 된 사실.
- 우리 주변엔 정말 많은 장애인이 있다.
- 장애는 하루 아침에 찾아온다.
- 재활은 의외로 할만하다. 회복할 수만 있다면.
-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