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후 첫 컴퓨터 조립기 및 내 맘대로 난이도 평가

2010. 6. 24. 23:43Life/Chat

 낮에 아버지께 문자가 왔다. '컴퓨터 도착. 두덩어리 왔다.' 어제 주문한 컴퓨터 부품이 도착했구나! 4시에 운동을 마치고는 바로 집으로 향했다. 주말엔 서울에서 혜진이와 선약이 되어 있어서 부품의 이상 여부를 판단하려면 오늘 조립을 마쳐야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상자를 뜯고 조립 모드로 돌입!!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많이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손에 힘이 많이 약하다. 그래도 어쩌겠어, 이미 저지른 일인데 내가 해결해야지. 조심스럽게 상자를 뜯고 부품을 하나씩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늘 조립할 컴퓨터는 부모님용이다. 회복 기간동안 주말엔 가끔 나도 사용하고 누나도 가끔 쓰겠지만.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성능, 5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이 주요 목표였다. 그래서 선택한 재료.

CPU AMD 애슬론II-X2 245 레고르
메모리 삼성전자 DDR3 2G PC3-10600
하드디스크 WD Caviar Blue WD5000AAKS 500GB (SATA2/7200rpm/16M)
마더보드 디앤디컴 Dream A785G D3
파워 스카이디지털 PowerStation2 400NF7
케이스 3Rsystem R460 에스프레소


 재료는 아주 담백하다. 간단하긴 하지만 나름 고민도 되었다. 레고르보다 라나가 낫지 않을까? 나중에 업그레이드를 고려하면 싱글 채널 2기가가 나은데 듀얼 채널 2기가로 할까 그냥? 사이드 포트 메모리 128M가 추가된 모델과 얼마 차이도 나지 않는데 그걸로 할까? 파워와 케이스는 나중에 컴퓨터를 바꾸더라도 계속 사용하고 싶은데 어떤 것으로 하지?

 CPU와 메인보드는 성능보단 가격을 선택했다. 메모리는 혹시 모를 램 업그레이드를 대비해서 싱글 채널 2기가로 구성. 케이스는 처음부터 에스프레소로 결정했었다. 하단 파워와 여러 개의 환기 팬이 매력적이었다. 널찍한 내부 공간도 마음에 들고. 파워는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스카이디지털, 파워렉스, FSP 모두 괜찮은 회사이고 400W 제품의 성능 차이가 거의 없었다. 가격도 고만고만. 콘덴서도 Teapo, Samxon, Capxon 대만 삼총사. 그래서 그냥 그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한 스카이디지털로 했다. ODD는 간혹 DVD를 보려면 필요하지만, 부모님이 DVD를 기록할 일은 절대로 없으니 집에 있는 골동품 컴퓨터의 DVD 콤보를 재활용하기로 결정! 사실 마음 같아서는 하드디스크 80기가로도 충분할 것 같아서 재활용하고 싶었지만, 보드에 IDE 단자가 하나뿐이라 포기.

 드라이버를 들고 본격적으로 조립 시작!!

  1. 1. 먼저 케이스에 파워를 조립한다. 에스프레소는 김일백처럼 파워가 하단에 있는 구조의 케이스다. 3만 원 중후반대로 가격도 괜찮고 실물로 보니 디자인도 나쁘지 않았다. 나사 네 개만 돌리면 끝. 난이도 1 정도?


  2. 2. 이제 마더보드에 CPU랑 램을 꽂을 차례. CPU를 꽂는데 손끝은 둔하고 손가락 힘은 약해서 중간에 떨어뜨릴까 봐 조마조마했다. 뭐 나름 무사히 결합 성공. 램 역시 노치를 잘 보고 살짝 꽂으면 끝. 난이도는 역시 1. 그런데 이거 쿨러 조립이 문제다. 위치를 잡고 결합 레버를 돌리는데 이게 웬걸. 절대 안 돌아가네. 난이도 5, 최고 난도다. 섬세함보다는 힘이 필요한 작업인데 힘이 없으니 원. 결국, 보드를 세로로 세워서 잡고 엄지로 꾸욱 눌러서 성공. 마지막으로 CPU 팬 선을 보드에 연결한다.


  3. 3. 이제 케이스와 마더보드를 연결하는 단계다. 일단 케이스의 파워, 리셋 버튼, 하드디스크 및 파워 LED, USB, 오디오 선 등을 마더보드에 연결한다. 너무 작고 뻑뻑해서 생각보다 연결이 쉽지 않다. 난이도 3. 그다음 뒷부분에 철판(이름을 모르겠다)을 끼우고 m-ATX 보드이니 스페이서 두 개를 끼운다. 스페이서 역시 손끝으로 돌리는 게 쉽지 않다. 역시 난이도 3 정도. 이제 위치를 잘 맞춰서 보드를 올리고 종이 워셔(절연체)를 끼운 나사로 보드를 고정한다. 어려운 과정은 없지만, 종이 워셔가 자꾸 떨어져서 난이도 2. 손끝이 무디니 작은 나사나 종이 워셔 같은 것을 정확히 위치시키기가 쉽지 않다. 와~ m-ATX 보드에 그래픽 카드도 없으니 공간이 진짜 넓다. 24핀 주전원과 4핀 보조 전원 연결도 완료!


  4. 4. WD 캐비아 블루 뒤편에 SATA 케이블과 전원선을 끼우고 나사로 하드디스크 고정. 난이도 1. 오른쪽도 뜯어야 해서 좀 귀찮긴 하다. 이제 예전 컴퓨터에서 ODD를 뜯어야 한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본체를 옮겨서 ODD 해체 후 에스프레소에 결합 완료. 역시 난이도 1.

 뭐 대강 조립이 끝났다. 선 대강 정리하고 케이스 옆 뚜껑 닫고 윈도 설치 완료.

 말로 하니 금방이지만, 사실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보통 때 두 배도 더 걸리는 것 같다. 그래도 내 손으로 끝냈다는 뿌듯함. 이제 정말 많이 회복되었구나 하는 안도감.

 다음 주에 집에 가면 필요한 프로그램 설치 좀 하고 이것저것 정리 좀 해야겠다. 어쨌든 조립 끝!!